기사 메일전송
실크로드와 비트코인 (1)
  • 기사등록 2018-08-29 18:53:58
기사수정


때는 2011년 3월 1일. 최초의 비트코인 거래소인 마운트곡스가 설립된 지 약 9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비트코인을 위한 거래소가 생겼다고는 하나, 여전히 비트코인은 몇몇 괴짜들의 취미에 불과했다. 물론 몇몇 사람들이 ‘비트코인으로 생활하기’ 같은 단기간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고, 주변에 비트코인 거래를 홍보하는 사람도 있긴 하였다. 그러나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진지하게 고려해보기엔 비트코인만의 메리트가 부족하였다. 7년이 지난 지금도 암호화폐보다 현금이 더 편한데, 당시는 어땠을지 상상해보라.


2010년에 비트코인으로 피자를 결제한 첫 사례가 있다고는 하나, 이는 어디까지나 이벤트성에 가까웠던 일이다. 피자가게에서 비트코인을 받은 것도 아니고, 결제를 비트코인으로 한 것도 아니고, ‘피자를 두 판 대신 시켜주면 1만 비트를 주겠다’였으니 말이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초창기 비트코인 커뮤니티에서는 비트코인을 실생활에서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등장하였다고 할 수 있다. 비트코인 마니아들은 하루빨리 비트코인을 실생활에서 써보고 싶어 했고, 비트코인으로 물건을 살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소망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그리고 매우 낯선 모습으로 찾아오고 만다.


다시 2011년 3월 1일로 돌아가 보자. 마운트곡스 포럼에 비트코인으로 체계적이고 활발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글이 게시되었다. 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실크로드가 개설된 지 약 3주 정도 지났는데 굉장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이고 있다. 이 사이트에 대하여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굳이 의견을 물어볼 필요가 있었을까? 초창기 비트코인 커뮤니티의 소망 중 하나가 비트코인 결제의 활성화였으니 말이다. 해당 글에는 100여 개의 답글이 달렸는데, 당시 마운트곡스 포럼 멤버가 5,343명에 불과했음을 고려하면 얼마나 많은 관심을 받았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무엇’을 파는지가 문제였다. 실크로드가 판매하던 물건에 비하면 비트코인으로 피자를 사먹거나 자동차 기름을 채운 사례는 흥밋거리조차 되지 못했다. 실크로드의 정체를 알게 되자 호기심을 가진 사람도 있는 반면, 실크로드에 대해 반감을 표출한 사람도 있었다.


‘비트코인으로 피자도 먹고 자동차 기름도 채웠다지만, 이제는 마약이라니? 비트코인의 제일 활발한 사용처가 마약거래라고?’


실크로드에서는 정상적인 물건만 거래되지 않았다.


실크로드는 무서운 해적 로버츠(Dread Pirate Roberts)라는 닉네임을 사용한 사람이 개설한 거래 사이트였다. 실크로드는 Tor 네트워크를 사용하여 제작되어 Tor 브라우저를 통해서만 접속이 가능했으며. ‘판매할 수 있는 물건’이라면 종류를 불문하고 판매가 가능하였다. 의약품을 팔아도 좋았고 식품을 팔아도 되며 책이나 전자제품을 파는 것도 가능했다. ‘팔릴만한 물건’이라면 뭐든지 좋았다.


모를 리 없겠지만, 번거롭게 Tor 브라우저를 써가면서까지 ‘사고 싶은 물건’이 무엇일지 상상해보라. 향정신성 효과를 가져 몇 십 년 전에 생산이 중단된 제품이라거나, 먹을 수는 있는데 치명적인 맹독을 지닌 식품, 책은 책인데 테러리스트가 발간한 폭탄 제조법, 누군가에게서 훔친 휴대폰 등, 분명 누군가의 수요는 있는데 거래를 시도하는 순간 인생에 붉은 줄이 그이게 될 물건들이 거래되었다.




많고 많은 불법 상품 중에서도 실크로드의 주 거래 상품은 마약이었다. 대마, 코카인, LSD, 엑스터시, 헤로인, 메스암페타민, 환각 버섯 등등 종류를 불문하고 마약으로 불리는 모든 제품이 거래 대상이었다. 2013년 3월 실크로드의 판매 상품 10,000건 중 70%가 마약이었고, 2014년 10월에는 13,756건의 불법 약물이 실크로드에 등록되어 있었다.


무서운 해적 로버츠는 적어도 실크로드가 다른 다크 넷 시장과는 달리 아동 포르노와 도난품 그리고 살상 무기같이 ‘타인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물건’의 판매를 금하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였으나. 실상은 비 마약류 상품 대한 수요가 없던 상황과 실크로드 운영자의 의견이 합쳐졌다고 보는 것이 옳다. 



2부에서 계속...


비트웹(bitweb.co.kr)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bitweb.co.kr/news/view.php?idx=1587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실시간 암호화폐 순위 확인하기
코인마켓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