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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와 비트코인 (2)
  • 기사등록 2018-09-05 14: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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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론적인 말이지만, 비트코인이 없었다면 실크로드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고 딥웹의 암거래 시장도 활성화되지 못했을 것이다. 실크로드가 전 세계의 마약 거래자(그리고 언론과 사법기관)의 관심을 끈 비결에는 실크로드의 다양한 거래 서비스가 한몫을 하긴 했으나, 실크로드의 핵심은 비트코인에 있었다.


실크로드의 거래 방법은 이베이나 중고나라의 거래 시스템과 유사했다. 실크로드는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를 연결해 주는 역할과 에스크로 결제만 지원했을 뿐, 실크로드 측에서 직접 마약을 판매한다거나 운송을 담당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실크로드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된 비결은 거래 중개와 에스크로 결제 서비스에 있었다.


마약을 비롯해 암시장 거래에서는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물론 신뢰가 중요하지 않은 거래가 어디 있겠냐마는, 평범한(?) 거래에서는 상대가 잠입 수사 중인 마약단속국 요원인지 저질 상품을 되파는 마약중독자인지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러나 마약 거래는 다르다. 상품에 대한 신뢰 못지않게 거래자에 대한 신뢰는 매우 중요하다.


결국 대부분의 마약 거래는 신뢰 가능한 제3자의 소개를 거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방식은 구매자와 판매자가 한정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며, 거래 규모가 커질수록 사법기관의 수사망에 발각될 가능성도 증가한다.


그러나 실크로드는 마약 거래의 패러다임을 바꾸는데 성공하였다. 우선 실크로드는 에스크로 서비스를 사용하여 판매자가 쉽게 사기를 치기 어렵도록 만들었다. 또한 판매자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선 고가의 등록비를 지불해야 하는 시스템도 존재하였다. 이러한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은 많은 마약 판매상의 주목을 끄는데 성공하였다.

 

판매자는 구매자에게 어필하기 위해 은닉 포장, 샘플 제공, 전 세계 배송과 같은 서비스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했다. 더 좋은 품질과 높은 순도 그리고 희소성 있는 마약을 취급할 필요성도 생기게 되었다. 그 결과 구매자는 실크로드 내의 다양한 판매자를 ‘비교’해가며 선택하는 것이 가능했다.


실크로드의 에스크로 서비스 구조


그런데 이런 서비스들을 구축한다 하더라도, 기존의 결제 방식을 사용했다간 얼마 못 가 사법기관에 발각될 것이 뻔했다. 계좌를 통한 입출금이나 신용카드 결제는 위험성이 너무 높았다. 그들에게는 자금 세탁이 용이하고 익명성이 보장되며 송금이 간편한 화폐가 필요했다. 그리고 이 모든 요구를 충족시켜주는 화폐가 바로 비트코인이었다.


실크로드가 탄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비트코인의 익명성은 부차적인 장점에 불과했다. 실크로드 이전만 하더라도 비트코인을 활용한 자금 세탁(비트코인 믹싱)은 그다지 잘 알려지지도 않았고 굳이 해야 할 필요도 없었다. 비트코인이 가졌던 가치는 ‘사토시 나카모토의 사상과 신념’에 대한 값어치에 불과했다. ‘비트코인이 바꿀 경제’에 대한 믿음이 약해진다면 비트코인의 가치도 같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초창기 비트코인 거래 대부분이 ‘비트코인의 실질가치’보다는 ‘비트코인이 바꿀 미래’에 중점을 뒀음이 이를 반증한다.


반면 실크로드에게 ‘사토시 나카모토’의 철학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익명성과 신뢰성의 보장이지, ‘탈중앙화 같은 신념’에는 아무런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 (물론 본인들을 무정부주의자로 포장하기 위해서 몇 번씩 써먹긴 하였다). 대신 실크로드는 비트코인의 익명성과 신뢰성 보장 기술이, 마약 거래에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실질적인 가치를 지닌다고 판단하였다.


실크로드는 사토시 나카모토의 신념을 믿던 사람들에게는 황당한 소식이었으나, 비트코인은 실크로드를 통해 기술적 가치를 증명하는데 성공하였다. 마운트곡스가 설립된 이후로도 확실한 사용처가 없던 비트코인은 드디어 ‘제대로 된’ 사용처를 확보하는데 성공하였으며, 투자 목적이 아닌 물물교환을 위한 화폐 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2부에서 계속...



실크로드와 비트코인 1부


비트웹(bitwe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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